김경묵 읽기 (3) – 7년 만에 다시 본, 이것이 우리의 끝이다 (2014)

김 교은묵의 4번째 장편이라는 자막이 눈에 띄었다.

7년 만에 다시 만난 작품. 10여년 전 우연”쥬루탁 동시”(2011년),”청계천의 개”(2009년)등 초기 2작품을 독립 영화관에서 보고 김·교은묵은 타고났다고 느꼈다.

1985년 생이니 김·교은묵은 이미 20대 중반에서 이같이 뛰어난 작품을 세상에 냈다.

1997년에 “테시스”과 1999년에 “오픈·유아·아이즈”에서 각본 음악 연출을 담당했던 알레한드로·아메나발의 당시 나이도 김·교은묵과 같은 20대 중반이었다.

나는 이 두 작가를 만나고부터 계속 천재라고 생각하고 있다.

어떤 작품에서 다시 세상을 놀라게 할지 항상 뒷얘기가 궁금하다.

문득 돈 교은묵이 떠올랐다.

IPTV에 오르고 있는 작품은<이것이 우리의 끝이다>뿐이다.

미국에 유학하기 전의 2014년 30세인 김·교은묵이 각본을 쓰고 연출하고 직접 편집한 작품이지만 개봉 당시에 본 기억이 있다.

김 교은묵는 고등 학교를 중퇴한 뒤 영화계에 뛰어들어 동성애자임을 커밍 아웃했다.

그 후 동성애를 소재로 작품을 만들어 평화 주의 신념에 의해서 입대를 거부하고 수감되기도 했다.

출소 후 시카고 예술 대학에서 뉴 미디어를 공부한 이력을 갖고 있다.

시작과 함께 암전. 애국가가 흐른다.

군사 정권 시절의 영화가 시작되기 전에 “대한 뉴스”를 봐야 하며 자리에 서서 국기에 대한 맹세를 한 억압을 암시하도록. 곧 이 작품의 유일한 무대인 편의점이 나와서 긴 침묵이 이어진다.

물론 이 침묵은 묘하게 어떤 상황이 펼쳐질지 궁금한 작품에 몰입시킨다.

이 좁은 공간에서 놀랍게도 김·교은묵는 천재성을 유감 없이 발휘했다.

즉려는 얘기를 다 푼 것 같다.

일확 천금을 꿈꾸복권 구매자 신용 불량자, 탈북 국민에게 심한 편견을 가진 아저씨, 광신도, 불량 청소년, 배우 지망생, 편의점 본사 관리 직원, 요구르트 아줌마 등 무수한 인물이 편의점의 일상을 물들인다.

세상이 어떤 상황인지 알 것 같다.

모두 탈출구를 찾으려고 노력한다.

현실은 쉽지 않다.

깨끗하고 화려하고 풍부하게 보이는 편의점 달리 사람은 무례하고 오만이다.

김 교은묵에 비친 세상은 도무지 따뜻하지 않다.

언제나 불만 투성이고 직원을 믿지 않는 편의점 사장 이름이 정·두 팬이다.

“이것이 우리의 끝”다는 속내는 우리가 받아들여야 할 현실의 극단을 보임으로써 더 이상 나빠질 것도 없다는 희망 혹은 새로운 시작을 나타낸다고 하는 것 같다.

서로 이해하려고 더 노력하면 세상은 살 만하다.

교대 시간에 늦은 것에도 화를 안 내면 언니는 참 예쁘다고 앞머리를 자르면 갑자기 키스하면서 서광이 비치도록 화면이 밝아진다.

동성애의 편견이 끼어들 틈이 없다.

정작 불공평과 자본주의의 병폐에 찬 편의점이 닫히면 누구나 담배를 피우며)마음 졸이며 밖에서 맴돌고 있는 사람들. 마치 욕망과 편리하게 중독된 것 같다.

한정된 공간에서 이처럼 많은 이야기를 곁들인 각본의 힘도 각각의 에피소드를 매끄럽게 연결한 편집의 매력도 모두 김·교은묵의 손을 거쳤다.

앞으로는 긴 호흡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30대 마지막 녹슬지 않는 천재의 솜씨에 다시 만나고 싶다.

R/T:107(2022.7.29)

이것으로 우리의 끝이다 감독 김경묵 출연 공명, 유영, 신재하, 김희영, 안재민, 이바울, 김세벽, 정해인, 이주승, 김수현 개봉 2014.06.26.

이것으로 우리의 끝이다 감독 김경묵 출연 공명, 유영, 신재하, 김희영, 안재민, 이바울, 김세벽, 정해인, 이주승, 김수현 개봉 2014.06.26.